6월 25일 주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
오늘 한국 교회는 전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를 이루
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. 남측과 북측이 휴전에 합의한 지도 어느덧 칠십 년
이 훌쩍 지나 버렸습니다.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적으로 여겨 총
을 겨눈 세월이 이토록 길게 이어져 오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.
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찾아가며
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화해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였습니다. 그러나 그러
한 기대와 희망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버렸고, 지금은 언제 그러하
였냐는 듯이 더 강한 수위로 서로 위협하고 비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.
반목과 대립이 계속되는 슬픈 역사에 우리는 언제 마침표를 찍게 될까
요?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? “평화가 너희와 함께!”(루카 24.36; 요한
2..19)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처음 남기신 인사는 다
름 아닌 평화의 인사입니다. 산란하던 제자들 마음에 평화를 빌어 주신 그
리스도께서는 불안의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있기를
간절히 바라십니다.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듯합니
다. 무엇보다 서로가 가진 증오와 원망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합니다. “모든
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.” 그리
고 용서를 주문합니다. “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, 하느님께서 그리스
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,” 마지막
으로 기도하기를 주문합니다. “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
아 무엇이든 청하면,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.”
이처럼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내려놓고, 서로를 더 깊이 용서하고, 서로 일
치를 이루고자 마음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일, 우리가 사는 이 땅에 평화의
씨앗을 뿌리는 일들입니다. 물론 칠십 년 동안 쌓여 온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
과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, 우리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반드
시 싹을 틔우고 자라나 언젠가는 그 열매를 맺게 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,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